왜 통합전산실인가?
전산실 운영비용은 얼마?
전산실을 운영하려면 경비 포함하여 최소 월 1천2백만원은 소요됩니다. 개발자2인과 디자이너1인으로 구성되는 1개팀일 경우입니다. 물론 1인 전산실인 경우라도 최소 6~7백만원은 되어야 하는데 1인일 경우 업무속도와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용시스템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3인의 전산실을 가정할 경우, 협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 공동체형 단체에서 전산실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단체가 몇개나 될까요? 우리나라를 통틀어서 한손에 꼽을 정도일 것입니다. 그나마 매출이 큰 생협정도가 가능할 것이고 그외에는 거의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실제 조사결과 한살림과 아이쿱, 두레, 민우회 등 국내 4개 생협만 전산실을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조합이나 단체 심지어 경실련이나 참여연대도 전혀 별도의 조직이나 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동체통합전산실

오늘날 전산실이 기업활동에 있어 중요하다는데는 모두 공감하겠지만 공동체통합전산실 개념은 생소할 것입니다. 위에서 보듯이 전산실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부득이 여러 단위조직들이 공동소유를 통해서라도 전산실을 꾸릴 수 있다면 그쪽으로 당연히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일반 기업이나 단체라면 전산실의 공동소유라는 발상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그런 통합전산실을 꾸리지 않아도 많은 전산개발 기업들이 알맞춤한 가격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동체는 좀 다릅니다.

공동체가 공동체인 이유는 생산과 소비, 마케팅과 기술개발, 나아가 환경과 생태계보호 등 이 모든 것들을 개별단위로 하기보다는 공동으로 할 때 훨씬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원리에 조직의 운명을 걸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공동체라고 칭할 수 있는 단체나 협동조합기업들은 한가지 궁극적인 목적을 갖습니다. 바로 양극화 완화와 환경보호가 그것입니다.

이런 목적의식이 아니라면 기독교등 종교 공동체가 수천년동안 그래왔듯이 굳이 불교 공동체와 기독교 공동체가 만나서 하나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고 진보와 보수도 서로 배타적인 공동체로 남아 있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정치조직들은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더 자기 본분에 충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배타적 공동체와 달리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공동체는 위에서 말한 궁극의 목적에 대한 책임의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이며 동족인 것입니다. 생태계의 위기는 결국 탐욕의 무한전진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누군가가 가질 때만이 종식될 것인데 그것이 바로 공동체라는 큰 그릇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탐욕은 역사를 끌고가는 근본동력이므로 그 자체를 제거하려 해서는 안되며 단지 설득하고 제어만 할 수 있으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공동체는 단일 목적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축적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나와 내가족만 유기농산물을 먹기 위해 공동체를 한다면 굳이 큰 공동체가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서로 자원을 공동관리해서 효율을 기할 필요도 없겠죠.

그러나 탐욕의 도로에 이정표를 세우고 그들을 설득하는 제동력을 가지려면 탐욕의 질량에 대응할만한 물리적 힘이 필요하고 이는 여러 공동체의 결집된 형태로만 가능하지 기독교와 불교, 진보와 보수가 그렇듯이 서로 분산되어 등을 돌리고 있다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탐욕의 무한전진은 멈춰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공동체가 탐욕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탐욕의 운동원리보다 우월한 무언가를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연대입니다. 탐욕은 내부적으로는 고도의 효율을 자랑하지만 상호간에는 매우 배타적이어서 연대는 가격담함할 때나 발휘될 뿐 본성적으로 탐욕과 화목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탐욕의 결정적 약점입니다.

이에 반해 공동체는 내부적으로는 물론 상호간에도 연대를 중시합니다. 아니 연대는 공동체의 아버지이고 핏줄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탐욕의 속도를 따라잡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공동체는 머지않아 탐욕을 추월하리란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동체가 경쟁과 배타적 성장의 원리에 매혹되어 서로 연대하는 것에 소홀해진다면 그 공동체는 이미 공동체가 아닌 또다른 탐욕의 덩어리에 불과할 것입니다. 공동체의 궁극 목적인 소위 환경보호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전산실인가?
탐욕의 무한질주를 제어하려면 공동체 내의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축적이 필요하지만, 왜 통합전산실이 되어야 할까요? 전산실은 그 자체가 조직의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결집 및 축적시켜주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이나 단체에 여러부서가 있지만 어떤 부서도 전산실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부서는 없습니다.

전산실은 단체나 기업의 모든 자산을 축적하는 가장 효율적인 그릇입니다. 현금과 상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자산과 노하우가 전산실을 통해 서버에 축적됩니다. 상품조차도 서버를 통해 유통됩니다. 공동체간에 공유를 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맨 먼저 전산실 혹은 전산시스템을 공유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그래서 공동체간의 전산연대는 서로가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첫걸음으로써 모든 분야에서의 중복투자와 낭비를 막아줍니다. 전산연대는 작은 공동체 간에 네트워크의 매개역할을 해주므로써 공동체들의 성장과 규모의 경제 실현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왜 ERP인가?

그러면 왜 ERP일까요?

건물같은 고정자산이 아닌 유동자산들은 대부분 소모적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닳아 없어집니다. 그런데 유일하게도 유동자산 가운데 ERP만은 스스로 진화하면서 발전하는 매우 특이한 형태의 자원입니다. 전산자원이라 하여도 ERP가 아닌 경우에는 효용가치가 떨어지거나 하면서 폐기되기도 하는데 ERP는 계속 유지되거나 성장합니다.

ERP의 가장 큰 규모는 정부의 행정전산망일 것입니다. 금융전산망, 교육전산망 등과 함께 이들 공공전산망은 처음 구축된 이후 계속 진화되어왔습니다. 오늘날 정부는 이들 거대한 통일적인 네트워크 없이는 국민에게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통치의 수단이자 국가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흩어진 전산시스템이 아니라 연결되고 통합된 단일 ERP 네트워크라는 사실입니다.

탐욕과 공공 사이에 있는 우리들 공동체는 무엇을 선택해야할까요? 탐욕은 탐욕의 극대화를 위해 자기입에 들어올 떡의 크기에만 관심이 있고 공공은 거대한 ERP와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탐욕의 뒷덜미는 커녕 꼬리조차 잡는 일을 매우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어찌할 수 없는 기존의 탐욕우위의 질서 때문입니다.

공동체가 공공이 꺼려하고 있는 탐욕에 대한 설득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공공전산망처럼 통일적 네트워크를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현재의 규모나 수준면에서 그에 미칠 수는 없지만 역량의 꾸준한 축적과 이를 통한 탐욕추월이라는 목표점을 생각한다면 통합전산망(ERP)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희 전산조합에서 공동체 ERP에만 매달리며 노동을 집중해온 이유입니다. 2006년에 처음 노동했던 흔적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서 오늘의 큰 시스템의 토대를 이루고 있고 노동이 소모적으로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그릇 속에 계속 축적된 결과 공동체전용 ERP라는 고유한 특성을 발현할 정도까지 이른 것입니다.

공동체 ERP는 내부적으로는 자원관리 비용과 거버넌스의 비용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는 공동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연대를 쉽게 가능하게 하므로써 통합체까지 실현시킬 수 있는 매개가 될 것입니다.

공동체가 탐욕을 앞질러 가며 그들의 진행방향을 설득하려면 공동체 단일의 ERP를 통해 자원과 에너지를 모아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ERP의 개발비용
ERP 개발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정부의 기간전산망을 구축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수십년동안 누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보다 훨씬 적은 복지전산망(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구축에 소요된 비용을 예로들자면, 2008년에 처음 구축될 때(국가복지정보시스템) 100억원 정도 소요되었고 상시 운영인력은 20명 규모였습니다. 이 시스템은 행정전산망과 별도로 운영되며 정부보조금을 받는 전국의 1만개 가까운 복지시설들을 위해 정부가 구축한 하위전산망인 셈입니다. 모든 복지시설들이 의무적으로 이 시스템을 통해 회계, 이용자관리 등 대부분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가운데서는 2012년에 A생협에서 15억원을 투입하여 ERP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2013년에는 B생협에서 10억원에 새로 구축했구요. 여타 생협들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 비슷한 기능들을 갖는 ERP를 각기 확보하고 있습니다.

운영비용을 제외하고 구축비용만 보아도 4개 생협 모두 합하면 50억원, 누적액수로 따지면 80억원이 넘을 것입니다. 그런데 ERP의 기능들은 대동소이합니다. 이것을 자원낭비라 한다면 무리한 표현일까요? 아마존의 밀림을 앞다투어 벌목하는 탐욕의 기업들이나 동종의 ERP를 십억원 씩 투자해 가며 중복 구축하는 생협들이나 다른 점이 무엇 있겠습니까.

만약 생협과 협동조합에서 그 액수를 가지고 하나의 ERP에 투자한다면 80억 가운데 20억원 만으로도 넘치는 기능의 ERP를 공동소유할 수 있을 것이며 여분의 자본을 가지고 협동조합들의 시장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타 자원들을 만들어내어 협동자본의 총량증가를 가속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발대상
통합전산실에서 무료로 개발할 수 있는 대상은 ERP에 탑재할 수 있는 범용 프로그램이면 무엇이든 해당됩니다. 가령 회계, 문서, 인사, 급여, 고객, 후원, 쇼핑몰, 물류, 전자회의 등 이미 구축된 프로그램의 기능을 개선하고 정교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그 대상입니다.

그리고 특정분야의 전문ERP로서 요양복지ERP가 있는데 보험급여 산출이라든지 고객서비스 일정관리, 요양보호사 급여연동관리 등 세부분야의 ERP도 구축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료생협이나 돌봄협동조합 등의 전문ERP도 개발대상에 포함됩니다.



통합과 개별의 조합
통합만능은 금물
통합이 중요하지만 통합만능은 개별 조합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통합전산실을 꾸리고 통합 ERP를 이용한다고 해서 단위 조직의 독자적인 전산자원 구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적인 전산실을 꾸릴 수 있는 역량이 안되는 것이 문제이지 역량이 있음에도 통합에만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조직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단체간에 연대가 고도화되어도 실질적인 조직 통합이 아닌 이상 통합전산실의 기능은 모든 전산자원을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조직 고유한 전산수요가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통합전산망에 탑재할 수 없는 독자적이고 고유한 시스템의 발생은 불가피합니다.

정부의 기간전산망들이 있음에도 각 지자체는 별도의 전산실을 운영하고 있듯이 효용가치를 따져 통합자원과 개별자원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효율성과 독자성을 동시에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공동체의 체질을 건강하게 유지시켜나가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미래로 가는 문
축적의 그릇, ERP

오늘날의 공동체는 거대한 탐욕의 열차에 제동장치를 걸어야 할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공동체라면 과거에 흔히 있어왔던 종교공동체의 하나로 치부해도 무방할 것이고 사회적인 위기의식과 결부시켜 공동체운동 운운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문제, 양극화 문제 등과 환경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문제의식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것이 공동체운동입니다. 단순히 먹거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뚜렷하고도 공통된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그 문제가 만들어진 것이 오늘이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에게 의미있는 차이는 오늘은 흩어져 있지만 내일은 모일 것이라는 것입니다. 내일이 만약 오늘과 다른 어떤 날로 역사에 기록된다면 그것은 서로 연결되고 하나가 되었더라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여 모든 지구인이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바로 앞자리에 앉은 듯이 대화하는 귀신조차 울고 갈 이적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런 연결과 소통이 이 시대의 흐름입니다.

사회전반이 이러한데 공동체를 추구하는 협동조합들의 연대의 수준은 어떠해야 할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내일은 오늘이라는 역 너머에 있는 어떤 지점입니다. 저절로 다가오는 역이 아니라 침목을 헤아리며 우리의 힘으로 다함께 밀고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고개너머에 있는 힘겨운 역입니다. 좋은 먹거리를 추구하는 작은 공동체라면 굳이 땀내어 내일로 나아갈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냥 오늘의 언저리에서도 당분간은 좋은 먹거리들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삶의 터전을 걱정한다면 큰 공동체를 만들어 내일의 영토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대와 축적이 있어야 하고 조합간에 공유할 것들과 아닌 것들을 구분하여 공유의 큰 그릇에 우리의 노고를 축적시켜야 합니다.

큰 그릇이 바로 통합전산실이요 공동체통합전산망(ERP)입니다.